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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찬란한 부활이여!
2004년 04월 12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허은재 보건교사 횡성여자고등학교


봄 햇살 튼실한 4월 교정엔 이야기꽃이 가득합니다. 냉이, 꽃다지, 제비꽃, 개별꽃, 개미자리, 점나도나물, 꽃마리가 낮은 자리마다 앉아 도란도란 봄을 피워 올립니다. 노랗게 핀 산수유와 분홍빛 진달래, 하얀 목련도 여고생들의 두 뺨처럼 세상을 환히 비춥니다. 발끝에 닫는 새싹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워낸 오래 참음이 새삼 고마워 콧잔등이 알큰해집니다.


지난 3월 26일 오후 1시 즈음 0교시 수업을 위해 새벽 6시40분이면 잠자는 아이들의 얼굴 한번 바라보고, 7시20분이면 출근하여 학생들과 밤 열시까지 자율학습 감독하고 열한시 집에 도착하는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충수업과 정상수업, 담임업무와 자율학습 감독으로 이어지는 업무가 40대 초반, 그 한창 나이의 한 가장의 유명을 달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몰아친 잔인한 4월, 비바람에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던 하얀 목련이 한 순간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슬픔으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아침도 못 먹고 집을 잠시 다녀온 아이들은 0교시를 마치면 배가 아프다며 보건실로 몰려듭니다. 빈속에 하는 공부가 머리에 어찌 들어갈 것이며, 부족한 잠에 졸린 두 눈으로 집중하려니 두통은 왜 생기지 않겠습니까? 만성두통과 만성위염, 만성변비로 고통 받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보되어 있으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교사는 학부모가 원하면 OECD 가입국 교사의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며, 자신의 건강과 사랑하는 가족과의 따스한 시간도 포기해야하는 것인가요?


희망자만 실시하는 보충수업, 자율학습은 빛이 바래어 강제적, 획일적으로 모양을 바꾸더니 지금 학교는 4월의 눈부신 햇살도, 생명력 넘쳐나는 봄바람도 느껴보기 버거운 아이들을 키워내느라 밤 열시 이후의 인터넷 강사까지 아이들의 졸린 두 눈을 부릅뜨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생명의 기가 펄펄 살아 넘치는 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가 입시경쟁에 노랗게 시들어 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있다’라고 시인 강연호는 말합니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새싹을 밀어내는 대지처럼 지금 흐르는 한 방울의 눈물이 세상의 모든 뿌리인 아이들의 가슴을 적시어 연두빛 찬란하게 부활하는 봄을 맞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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