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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침묵’은 ‘악의 편’이다
2004년 03월 25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함영기
원주고 교사


‘2004년 3월 12일 11시54분!’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에게 침을 뱉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후로 도저히 편하게 잠들 수 없었다. 주일예배에 가서 기도를 하는데 다른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울면서 오직 같은 내용의 기도만 되풀이했다.


“주여, 저들을 회개하게 하옵소서, 저들이 진정으로 회개하여 주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씀이 허구(虛構)가 아니게 하옵소서.”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피히테라는 철학자는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에서 나라를 찾은 가장 큰 공로를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돌렸다. ‘목숨걸고 잘 싸운 장병들도 훌륭하지만 장병들의 승리를 이끌어 낸 가장 큰공은, 가장 나이 어린 피교육자들을 바르게 가르친 초등 선생님들이라고 했다. 어린 학생일수록 교육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선생님의 가르침을 취사 선택한다. 어린 나무 가지는 바로 잡기가 쉽듯이… 그래서 어린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역사의 중대한 고비 때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특히 교육공무원에게는 어린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아예 언급하지 말 것을 거듭거듭 엄중 경고했다. 이것은 부도덕한 기득권 유지를 위한 더러운 협박이었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악의 세력에 나쁜 영향이 끼쳐짐을 두려워한것이다. 선생은 영원히 역사와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채 역사의 방관자가 되라는 불순한 수작이었음을 역사는 엄숙히 증거한다. 국가에서 공인받은 교사가 소신을 갖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


그래서 샤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4.19 , 80년 광주민주화 항쟁, 80년 전두환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 87년 6월 민주화 항쟁 등등, 역사의 중대한 고비 때마다 우리 교육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던 자들은 하나같이 수구 파쇼세력의 주구(走狗)였거나 그들의 편이었다. 본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했다. ‘아니’라고 변명할 테면 증거를 제시 해보라.
영국의 워털루 전투의 영웅 웰링턴 장군이 모교인 이튼스쿨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후배들에게 연설을 했다. “오늘 날 우리 영국의 위대한 승리는 내가 이 책상에서 공부하고, 저 운동장에서 뛰놀 때 이미 보장 됐었다”고. 이런 연설을 듣는 이 학교의 후배들은 얼마 자랑스러웠겠는가? ‘명문’학교는 무엇인가? 명문으로서 여러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야겠지만 졸업생들이 높은 자리에 많이 있다는 사실이 또한 중요 조건이었다면 간과(看過)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지식인의 양심을 저버리고, 악의 편에서 곡학아세(曲學阿世)한 동문이 많다면 단언코 ‘명문’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수구 파쇼집단에 한 발을 디밀고 모교를 대한민국보다도 우선하는 명제라고 착각하며 모교발전 운운하면서 ‘곡학아세’하는 ‘잘 난’ 선배 많다고 자랑하는 학교가 어느 학교인가?


이 시점에서 어느 학교든 침묵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학생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 내가 산이었고/ 네가 강이었나/ 강에 산이 들어차고/산으로 강이 흐르니/ 널더러 강이라 하랴/날더러 또한 산이라 하랴/ 묻지랑 마라 다오/ 그저 ‘우리’는 오늘도 공존하고 있을 뿐!


필자의 사랑하는 친구가 써준 이 詩처럼 교육, 역사, 정의는 늘 이렇게 함께 공존해야 하지 않나! 그런 세상을 위해 매일 켜지는 수십만 ‘촛불‘의 의미를 정말 무겁게 인식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혼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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