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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방학이고 싶은 이유
2004년 01월 08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김정자


횡성초교 교사


이번 방학에 단 다섯명의 아이들한테서


우료를 붙인 편지를 받게 된다면…


솔직히 방학을 기다리는 건 아이들뿐만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이 아주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방학을 했다.


방학 동안에 해야 할 과제중에는 어김없이 ‘선생님이나 친척 친구들의 안부 묻기’가 있다. 방학 계획서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적고 바라 볼 때마다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 제일 초라해지고 있음도 함께 느낀다.


처음 교직에 나왔을 때는 컴퓨터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과제는 아이들이 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도 해야 할 숙제였다.


한번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책상 수북히 쌓여 있는 아이들의 편지를 나는 하나하나 읽어야 하고 그리고 곧장 답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아이들도 내게 편지를 쓰기 위해 정성을 들였을 테니까 나도 아이들에게 줄 카드나 편지지를 고르고 항상 아이들 눈에 익은 초록색 펜으로 아이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평소에 못했던 말을 생각해 적던 답장은 시간으로나 우표 값도 적잖히 들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즐거웠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나도 모르는 나의 버릇이라던가 서운했던 점 내지 바라는 이야기를 접할 땐 더 없이 고마웠으니까.


그때만큼은 아이들한테서 나도 배울 점이 있다라는 겸손함을 가질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연말이면 내 일기를 뒤적이는 것보다 아이들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며 지난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건 나만 아는 교사의 매력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느낄 수 가 없다.


내 집 주소를 알려고 하는 아이들보다 메일 주소를 묻는 아이들이 더 많다. 방학 계획서에는 집 주소가 아니라 메일 주소가 자리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감으로 돌려버리지만 꾹꾹 눌러 쌓던 정은 솔직히 없다. 소중히 여겨서 간직할 수 있는 마음도 따라서 없다. 예쁜 편지지를 사러 다닐 필요도 없이 컴퓨터 메일 창에는 예쁜 그림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히려 컴퓨터 용어가 아닌 예를 갖춘 글로 적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편하고 빠르고 정확하고 따위의 컴퓨터의 좋은 점에 어처구니없이 휩쓸려 버린 그것들이 너무 아쉽다. 그래서 나는 이번 방학은 특별하고 싶다.


단 다섯 아이들한테서만이라도 우표를 붙인 편지를 받게 되면 내 방학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예전에도 그랬듯이 서른 여섯 명의 아이들 전부에게 먼저 편지를 보낼 것이다.


벽에 붙여져 있는 방학 계획서를 바라보는 나처럼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할는지 궁금하지만 하여튼 이번 방학은 정말 특별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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