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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중요한 선물과 그 아이에게 배운것
2003년 12월 04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교단칼럼


김정자


횡성초교 교사


아주 중요한 선물과 그 아이에게 배운것


추워진다.


이렇게 추워지면 나는 설합 속에 가지런히 놓아둔 가죽장갑을 보게된다.


그리고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서너해 전 어느 겨울 아침에 나는 교통정리 담당이어서 교문 앞 건널목에서 한 시간을 넘게 아이들의 등교 지도를 해야 했다. 그 한 시간은 하루 종일 그 일을 한 것처럼 춥고 몸살 끼를 얻어들이곤 했는데 그 날도 나는 추위를 온통 몸에 감싼 채 일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왔다.


그래도 밖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있는 교실 문안에 한 발자욱 들어 온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생각 없이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조용히 아침 자습을 하던 아이들이 날 더운 공기로 쓸어주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 다음 날은 첫눈이 왔고 나는 평상시의 약속대로 아이들을 운동장에 내 보내고 틀림없이 다 젖어 들어 올 아이들을 위해 난로의 공기 구멍을 열어 놓고 있었다.


“선생님 이거….”


다 나간 줄 알았더니 이 순간을 위해 남아 있었던 것처럼 경현이는 내게 좀 납작하고 길죽한 상자를 내밀었다. 어제 교통정리를 끝내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내 손만 벌겋게 크게 보였다나 그게 그 아이가 갈색 가죽 장갑을 산 이유다. 좋은 것은 아니여도 날 위해 사고 싶었다는 얘기를 얼굴 붉히며 하더니 그냥 나가버렸다.


그 아인 아빠가 데려 온 장애인 엄마와 두 동생을 데리고 실로 마음만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였다. 교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나에게 자신 주변의 얘기를 한가지씩 해 주던 아이였다.
엄마가 몸이 불편한 관계로 자신이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데도 아버지가 참 고맙다는 아이에게 그런 아버지가 왜 고마우냐 했더니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곁에 있게 해 주셨기 때문에 고맙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장갑이 너무 좋다. 이 장갑을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가 마련했다는 것이 나는 너무 좋고 그 주인이 된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내가 배운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천원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일도 있다. 40분 거리를 걸어서 통학을 하는 그 아이에게 좀 늦은 귀가 시간이기도 해서 버스를 타고 가라며 천 원을 건네 준 일이 있는데 도로 주면서 버스를 타고 가도 집까지는 그 만큼 걸어가야 되므로 지름길로 가는게 훨씬 빠르다며 그냥 가려 했다. 그럼 더운데 가다가 하드라도 사 먹으라 했더니 두어번 사양하더니 못 이긴 척 꾸벅 인사를 하고 갔다.


그 다음 날 일기에서 발견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 그 천 원으로 두부 한 모와 달걀 네 개를 사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식구 모두와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는 그 이야기는 가게 앞에서 곧잘 나를 일깨우는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 뒤로 나는 아이들에게 천 원으로 어떤 값진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잘 물어 봤고 그 아이의 얘기도 어김없이 하게된다.


그 아이와의 모든 것이 나에겐 중요한 선물이 되었다.


추워지는 계절, 검은색 계통의 옷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장갑은 왜 갈색이냐고 꼭 한마디씩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이 장갑대신에 다른 것을 살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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