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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영정
2003년 12월 15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시의 향기



어머니의 영정


박찬일(1956년 춘천 출생)


나는 어머니를 고려장 시켰다


어머니는 나보고 고려장 시키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나는 경견하게 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이 세상을 삼켜도


내게는 이익이다


나를 대신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구덩이 위에서 나는 눈을 뜨고 기도했다


눈을 감으면 구덩이에 빠졌다


구덩이에는 어머니 혼자 가셨다


어머니는 나를 낳으셨는데


나는 어머니를 버렸다


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 마당에


눈이 수북히 쌓인 동짓달이 돼서야


미닫이를 여셨는데 난 어머니를


금방 부인했다


어머니가 생각이 없으신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난 얼마나 다행인지 난 말로 연명하고 있다


난 어머니를 세 번 버렸다


나에겐 어머니의 영정이 없다



● 감 상


어머니를 잃은 시인의 아픔이 절절하다, 죽음에 이르는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죄를, 또는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시인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를 버렸다고. 어머니를 고려장 지냈다고.”


이 세상 자식된 자들이여! 그대들의 어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은 이 밤도 곤히 잠들 수 없으리라.



시인 이영춘(전 원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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