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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호랑이 백일잔치
2002년 10월 17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임 교 순 (아동문학가)

·1938년 횡성군 안흥면 출생

·1957년 춘천사범학교 14회 졸업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

·1974년 강원도 문화상(문학부문) 수상

·1980년 제2회 현대아동문학상 수상
(동화:김소위와 노루)

·1983년 강소천 아동문학상 수상

·1991년 원주군 향토문화상 수상

·1995년 원주 문학 발간

·2000년 중앙초등학교 교장 퇴임

·현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고문





어른들 때문에 생기는 아이들 불행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사회 그늘에 가리워진 아이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부터 아기가 태어나 백일동안 잘 크면 백일 떡을 해 나누어먹는 우리네 풍속이 있다. 백일 떡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태어나 백일동안 탈없이 자란 것을 감사하는 뜻이 들어 있는 떡이다. 잔치에는 꼭 음식이 따르고 음식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떡이다.


얼마 전에 남북호랑이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통일을 상징하는 아기호랑이가 두 마리 태어나 백일동안 잘 컸다고 백일 잔치 상을 차려 주고 카퍼레이드를 하는 것을 TV에서 보고 있자니 불우아동 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부모 없는 아이, 있어도 버린 아이, 불구로 태어나 버림받는 아이가 아기호랑이 백일잔치를 보면서 매우 부러워 할 것 같아 마음이 찡해왔다. 어쩌면 이 호랑이 새끼만큼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커가는 가여운 모습에 마음을 두어야하겠다. 차라리 한 마리 애완용 강아지나 원숭이로 태어나지 못함을 원망이라도 하는 듯한 눈빛이 내 마음을 찔러댔다.


아기호랑이 백일잔치를 구경하면서도 따뜻한 엄마가 그리운 아기들은 아기호랑이를 부러워 할 것이다.
불장난 미혼모가 낳아 키울 수 없는 아이,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 부모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해서 여기도 저기도 못가는 아이, 부모의 몸에서 기형으로 태어나 버려진 아이, 이런 아이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초비상적 대책을 수립 범국민적 운동으로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쉽게도 혼인서약을 해 놓고 어느 날 갑자기 무책임하게 이혼하는 부부가 네쌍 중 한쌍이라니! 거기에 딸린 아이는 나누어 갖느냐, 서로 버리느냐, 어디다 맡기느냐등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어른때문에 생기는 아이들의 불행을, 부모때문에 생긴 자녀의 불행을 누가 감당 해야하는가. 그 불행을 어리고 연약한 어린애들이 감당해 내야하는 안타까운 이 현실을 비정한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겠나 !


내가 학교 선생할 때 본 일이다

어느날 교무실로 들어온 애들 엄마 한 분이 어떤 반 아이를 면회하자 청해왔다. 알고보니 이혼하며 아이를 남자에게 주고 갔는데 아이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학교로 찾아왔던 것이다. 모녀는 부둥켜안고 울고, 다른 아이들은 구경을 하고 서있다. 어미가 사 가지고 온 가을 옷을 아이에게 입히자 “아빠한테 혼나 안 입을래”한다.


그 말에 어미는 화를 내며 돌아갔고, 아이는 복도에 엉거주춤 입다만 단풍잎무늬의 스웨터를 걸친 채 울고 있었다. 담임선생이 나와 어깨를 안아 아이를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렇게 맘 고생으로 멍드는 아이들, 누구 탓인가.

유괴한 아이를 몸값 받고 돌려준 범행, 십여년전에 죽은 개구리 소년의 유골을 놓고 울음조차 울지 못하는 부모들, 하루 14명 꼴로 발생하는 어린이성폭력피해자들을 알면서도 무관심하다.
분명히 현대 사회의 병폐이다. 아기호랑이 백일잔치상을 차리는 어른들 눈에 불행한 아이들 모습도 기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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