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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 순(아동문학가)
2002년 08월 22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1938년 횡성군 안흥면 출생

·1957년 춘천사범학교 14회 졸업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

·1974년 강원도 문화상(문학부문) 수상

·1980년 제2회 현대아동문학상 수상
(동화:김소위와 노루)

·1983년 강소천 아동문학상 수상

·1991년 원주군 향토문화상 수상

·1995년 원주 문학 발간

·2000년 중앙초등학교 교장 퇴임

·현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고문






사이와 만남


생명은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에서 존재한다. 시간적으로 과거와 미래 사이인 현재에 살아가며 공간적으로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부모지간의 만남, 형제지간의 만남, 이웃간의 만남으로 인연을 맺고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서 살아가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러한 상호지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감으로 외롭지 않음을 감사해야 하겠다.
그러나 상호관계에는 욕구와 불만, 질투와 싸움이 따르는데 그것은 상호지간의 불균형에서 오는 자발적인 행위이다.


배고파 우는 아기는 어머니의 젖이 필요하다. 사랑이 담긴 어머니 젖을 배불리 먹은 아기는 방긋방긋 웃으며 큰다.
부모지간의 인연이 균형을 잃었을 때 태어난 아기가 욕구불만으로 성장해갈 것은 뻔한 일이다. 마치 외나무다리를 비틀거리며 건너듯 불안의 경지에 서게 된다.


출생과 성장의 사이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나 상호작용의 바람직한 관계로 성장해감은 교육이라는 눈에 안 보이는 커다란 힘과의 만남 때문인 것이다.


얼마 전 만해 한용운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가 내설악 백담사에서 펼쳐졌다. 지나간 인물과 정신 사이에서 만난다는 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마음속에 커다란 빛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돌로 새긴 석공과 우연히도 만나 비 내리는 만해 유물전시관 처마 밑에서 악수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돌처럼 딱딱하고 거친 손아귀가 내 손을 감아쥐자 전율과 아픔이 뼈 속에 닿는 듯했다.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돌쟁이 이름을 알아서 뭣하시겠습니까?”
그는 명함대신 뚝뚝이 투박한 손을 보이며 돌과 시와 글씨가 나와 만나 이 손끝에서 살아난다고 했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남겨지는 기억들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인연으로 만났을 때 정말로 감사해야 했다. 비오는 백담사 사찰의 처마 끝에 막새의 문양을 보며 허공에 피어나는 연꽃송이 같은 환상으로 석공과 대화를 나누자니 한쪽에서는 전국 고등학교 학생 백일장 입상자 시상식과 만해상 시상식이 진행 중이었다.


그리로 가 젖은 의자에 앉아 계속 박수를 쳐주었지만 맨 나중에 대통령상 수상자로 호명된 학생이 아쉽게도 나타나지 않았다.
글제목은 ‘눈물로 양념한 국수’. 이 글 속에는 눈물로 양념한 국수를 먹는 애띤 여고생의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학생 사이에 이 수상학생이 있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까닭이 무엇인지 강하게 뇌리에 각인됨은 나만의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네’처럼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돌쟁이 이름을 알아 뭣합니까?”라는 석공의 인사말과 ‘눈물로 양념한 국수’의 맛을 느끼게 해준 여고생의 인상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것도 인간들 사이에서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정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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