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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함성과 폭풍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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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
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월드컵은 우리에게도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으며, 당당히 역사를 스스로 써 나가는
위치에 있음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는 우리
민족의 오묘한 심성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이나, 앙상한 가지로부터 어렵사리 고개를 내민 연약하기만 한 꽃잎들이 다칠세라 속살거리면 간지럽게 내리는 이슬비 혹은 보슬비라 부르는 정겹기만 한 봄비가 있는가 하면, 한 여름의 이글거리는 녹염과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함께 온 삼라만상이 헉헉대며 더위로 늘어질 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퍼 붓는 청량제와 같은 소낙비도 있고,
며칠씩 쉬지 않고 지겹도록 내리는 지리한 장마비, 천둥번개와 함께 태풍을 동반하며 온 대지를 삼킬 듯이 내리꽂는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폭풍우도 있으며 이런 폭풍우는 개울이 넘치고 계곡이 휩쓸려 나가고 집이 떠내려가는 홍수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함께 누런 황금들판과 곱게 물든 단풍잎을 조용히 애무하며 쓰다듬듯 씻어 내리고, 연인들을 우산 속에 밀어 넣는 낭만적이며 우수에 찬 가을비도 있으며 스산한 바람소리와 함께 고독하게 내리는 겨울비는 우리로 하여금 철학자적 심성을 일깨우게 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살게 마련이고, 그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인간의 성정이 형성되게 마련일 터이고 보면, 우리의 심성은 봄비이기도 하다가 소낙비이기도 하며, 지리한 장마비이기도 하다가 홍수를 동반하는 폭풍우이기도 하고, 우수에 찬 낭만의 가을비도 닮았을 터이며 스산한 겨울비처럼 철학적이기도 하겠다.
월드컵의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거리거리마다 붉은 함성으로 난리가 났다. 어떤 이는 이변이라 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기적이라 하기도 하며 우리의 월드컵 성적과 붉은 악마의 응원을 필두로 전국민이 하나가 되게 하는, 참으로 수준 높은 축제 문화에 스스로 흥분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우리에게도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으며, 역사를 단순히 배우고 이해하는 주변국이 아닌, 당당히 역사를 만들고 스스로 써나가는 중심국의 위치에 있음을 온 세계에 각인시키며 당당히 역사의 주체로 서게된 것도, 평소에는 봄비처럼 온순하다가 소낙비처럼 상큼하기도 하며 때론 낭만적인 가을비이거나 고독한 겨울비이다가도, 홍수를 동반하는 격정의 폭풍우가 되기도 하는 우리의 오묘한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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