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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2001년 12월 06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흙이나 석고등 연질의 재료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돌이나 나무 또는 철등 경질의 재료를 이용하여, 깎고 붙이고 갈거나 다듬으며 마음속에 구상된 이미지들을 3차원으로 실체화 해 내는 일들은 조각가들이 하는 일들이며 또한 내가 하는 주된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의 직업은 ‘조각가’이다.


그러나 20여년 가까이 조각이라는 한가지 일에 매달려 왔으면서도, 선뜻 조각가라고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에 아쉬운 점들이 많아서인지 그 흔한 명함을 아직 새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관공서나 은행 같은 곳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서류의 직업란에 달리 쓸 말이 없다보니 ‘조각가’라고 써 놓고는 민망한 때가 자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간 조각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으니 직업이 조각가이기는 한데, 생활이 썩 윤택하지 못하니 작업 또한 썩 풍요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어서 자신 있게 내세울 것도 못된다.


그렇다고 생활을 내 팽개치고 혼자만의 작업에 빠져들 용기도 없거니와, 주변을 건사하지 못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함몰하는 것 또한 내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길이라 생각지도 않기에, 어정쩡한 태도로 부족함과 아쉬움으로 그저 그렇게 조각가라는 직함을 견뎌내고 있는가 보다.


세월을 잘 만나서 ‘조각가’라고 불리어지고 어설프지만 조각가라고 내세우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골수 상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환쟁이, 칠하는 칠쟁이, 돌을 깎고 다듬는 석수쟁이, 철을 용접하는 땜쟁이, 흙이나 석고를 주무르고 바르는 미쟁이, 철을 달구고 두드리는 대장쟁이등, 상것들이 주로 하는 일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이 내가 하는 일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나무를 다루는 일도 내가 하는 일 중의 하나인데 이것에는 쟁이란 표현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위에 열거한 모두가 쟁이로 불리어져 왔으나 나무를 다루는 사람만은 ‘목수양반’으로 불리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재주의 경중으로 이렇게 구분되어 불리어진 것은 아닐테고 아마 과거의 농경사회에서 목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실생활에 필요했기에 구별 지워져 불리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실 나의 직업이 조각가든 쟁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으며, 거창하게 예술가로 불리어지든 속칭 ‘노가다’로 불리어지든 관심 없으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기계의 발달로 인해 전동공구의 값싼 공급이 우리의 문화를 퇴행시킨다는 사실이다.
깎고 자르고 켜고 대패질하는 나무 일, 쪼고 다듬고 갈아내는 돌 일이나 두드리고 때리고 다듬는 철일등 모든 분야에, 편리한 기계가 도입되면서 물리적인 생산량에만 집착하게 되고 이에 따라서 장인정신을 갖춘 쟁이들은 점차 사라지고 단순 기능공들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석조물의 경우는 심각하다.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중국산 완제품의 석등, 장명등, 망두석, 불상이나 탑들이 수입되어 온 산하를 뒤 덥고 있으며, 역으로 단순한 기능공 마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더 심각한 문제는 국적 불명의 잡탕양식이 판을 치게 되어, 우리의 고유하고 찬란한 문화가 실종되고 단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의 빠진 물질은 속물이며, 문화가 빠진 생활은 천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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