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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학능력 시험 유감
2001년 11월 29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차 한잔의 사색 양승준 (시인·원주농업고등학교 교사)

며칠 후면 수능 성적이 발표된다. 아마 지금쯤 수험생들은 시험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도 느껴보지 못한 채 초조한 심정으로 발표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된 올해 수능은 수험생들에게 성취욕의 상실과 심한 자괴감을 안겨줌으로써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심리적 공황(恐慌)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


난이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변별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올해 수능은 대부분의 수험생들로 하여금 몇몇 최상위 급간 학생을 위한 들러리 역할이나 하게 한 것은 물론, 학교교육을 불신, 부정하게 함으로써 학원이나 고액과외등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능시험이 자격시험이 아닌 경쟁시험인 이상 성적이 높은 학생이 있으면, 성적이 낮은 학생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험생 모두를 깊은 패배감 속에 몰아넣은 올해 수능은 한 야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현정부의 뒤통수 때리기식 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을 날벼락 맞은 실험용 생쥐 꼴”로 만들어 놓았다.


김대중 정부가 출발한 1998년,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당시 중3이던 현 고3학생들에게 적용할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논술고사등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반영해 특기와 적성이 중시되도록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것을 교육부에서는 ‘무시험 특별 전형 확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시험 안 보고도 대학 간다”거나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공부를 도외시하게 하는 현상을 낳게 하였다.


게다가 보충수업도 하지 못하게 했으며, 모의고사 응시 횟수도 제한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전례 없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 학생들을 절망의 수렁 속에 빠뜨린다는 것은 결국 현정부가 국민의 관심이 높은 대입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인기에 영합하려 했던 기만 술책에 불과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올해 수능시험에 출제된 ‘가족애’ 3행시를 패러디한 ‘이해찬’ 3행시, <이 :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해 : 해도 너무합니다. 찬 : 찬물 먹고 정신차려요>라는 우스개 소리가 어느 일간지 만화에 등장한 것이 아니겠는가.


모름지기 교육이란 모든 사회 현상의 기본이요 중심이다.
그러나 현정부의 교육 정책은 목표와 일관성 없이 그저 입으로만 교육개혁을 부르짖어 왔을 뿐이다. 이 같은 엉터리 교육 정책이 바로 교실을 붕괴시킨 주범이요, 대책 없는 정년 단축으로 인한 교사의 부족과 교육의 공백을 가져온 공범이었다.


또한 OECD 국가 수준의 교육 여건이라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낮추는 이른바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이나 이를 위한 엉터리식 ‘초등교사 충원 정책’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졸속 아닌 것이 없다. 이것은 결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증과 인기에 영합하려는 소아적 발상이 가져온 결과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백년대계인 교육은 어느 분야보다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투명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교육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생들의 10년 공부가 하루아침에 도로(徒勞)가 되었다는 그 심리적 공허감을 누가 무엇으로 채워줄 수 있다는 말인가? 성적이 발표된 다음 또 한 번 겪어야할 그 패배감을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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