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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의 무리들
2001년 11월 15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문학부문 1987)
■춘천 시민상(1999)문화예술부문수상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등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조선일보 오피니언(7면)에는 매일 아침 <겸손하고 교양있고 예의 바른 세계인이 되는 길>이란 글로벌 에티켓이 연재된다. 그것을 과연 몇 사람이나 읽고 몇 사람이나 실천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바람직한 메시지란 생각을 한다.
지난 6월 우리 강원도에서도 전국체전을 대비한 강원 도민체전이 횡성에서 열렸었다.


무슨 경기장이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일을 목격할 수 있었다.한창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소위 말하는 높은 분들이 자기고장의 선수들을 격려한답시고 경기장을 찾아 들어온다.
그 높은 분들을 맞이하는 관계자들 역시 경기장의 맨 앞 줄에 앉아 있다가 일제히 일어나 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느라고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선수들의 시선을 산만하게 함은 물론, 날카로운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경기에서 지고 있는 쪽의 선수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뒤에서 관람하는 관람객 역시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도만이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0월 천안에서 열린 제82회 전국체전에서도 검은 양복의 무리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구기종목도 그러하겠지만 오로지 상대도 없이 관객만을 바라보며 바벨을 들어올리는 역도 종목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장내에 예의 검은 양복의 무리들이 들어와서 주위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것도 맨 앞줄에서 말이다.


자기들은 그러면서도 한 쪽 구석에서 웬 아이가 장남감을 갖고 노는 소리가 들리자 “시끄러우니까 나가라 했는지? 조용히 하라고 했는지? 아무튼 마이크를 울려댔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나라 경기장의 풍경이다.
예체능 하면 체육도 반드시 들어간다. 그런데 왜 다른 예술을 공연할 때는 그렇게도 수준 높은 에티켓을 요구하면서도 경기를 할 때는 경기장을 마구잡이로 드나드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순수예술의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경기할 때는 선수들을 위해서, 다른 관람객을 위해서라도 그 나름대로의 에티켓은 지켜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검은 양복을 입은 무리들만이 무슨 특권인양 경기장 분위기를 깨트리는 그런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어떤 이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단순한 나만의 생각이라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경기장에서도 반드시 상응할 만한 룰이 있을 터이고 최소한 선수들과 다른 관람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 할 예의가 있을 것이다.
체육분야도 관중을 사이에 두고 하는 예술적(?)기능의 하나라면 그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관람객으로서의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체육이라고 해서 경기장이나 관중석을 함부로 드나들며 떠들어 대는 행위가 특권일 수는 없다.그것도 그럴 듯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이제 앞으로 197일이면 세계월드컵 대회가 열린다.


국민들의 교양과 질서의식만을 고취시키기에 앞서 검은 양복의 고위공직자나 관리자들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먼저 모범을 보일 때가 왔다. 우리말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어찌된 일인지 윗물이맑지 않을때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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