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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단풍은 어떤 모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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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내 삶의 단풍은 어떤 모습일까
가을이다.
모처럼 작업실을 벗어나 현장작업을 해야 하는 관계로 요즈음은 매일 일터로 오가며 가을 아침을 마주하게 된다.
집 근처라 늘 보아와 눈에 익은 숲과 들판에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일터가 있어 잘 가꿔진 공원을 오가며 가을 정취를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시골의 산과 들에 찾아오는 전방위적인 계절의 변화가 장엄한 오케스트라면, 도시의 공원에 찾아오는 가을은 잔잔한 실내악과 같아서, 조용히 전체를 조망하기에 편하다.
계절의 추이를 전제로 심겨진 꽃과 나무 그리고 잔디와 시설물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고 있으면서, 각자가 자기의 역할을 다해가며 조화롭게 변해 가는 모습에서 잘 다듬어진 중년의 삶을 느끼면서, 삶은 계절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른 봄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모든 새싹들은, 그대로 아름다우며 신기한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 다툼도 없고 시기도 없으며 그저 순수 그 자체인 것이다. 신록의 계절이 다가와 상념에 잠기며 꽃다운 사춘기의 열병을 앓고나면 질풍노도의 여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대책없는 폭우와 지리한 장마, 찌는듯한 무더위와 목마르는 가뭄을 견뎌내며 생존의 한바탕 싸움을 거치는 것도 우리네 삶과 너무도 흡사하다.
진학과 취직. 승진과 퇴출 성공과 실패 욕망과 갈등. 기쁨과 슬픔 등등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희망과 절망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견뎌내고 기다리고 노력하고 투쟁하며 한 철을 보내고 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다. 유무형 결실의 시기인 것이다. 평가의 계절인 것이다.
순진무구의 어린아이인 봄에서 출발하여 격정의 여름인 청장년을 거쳐 다시 결실의 계절인 장년의 시절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겸허히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애석해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조용히 지난 계절의 희노애락을 묵묵히 곱씹으며 평가의 계절인 겨울, 노년기를 맞이하며 조용히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봄의 새싹과 같은 희망에서 출발하여, 한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내는 청년의 열정을 거쳐 결실의 가을인 장년이 지나고 평가의 시절인 노년기로, 계절의 변화와 같이 인생이 진행되는 것이 비슷하다면 가을의 중반에 선 이 계절은 불혹의 나이의 중반에 선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나는 어떤 꿈을 키워오며 유년기인 봄은 지냈으며, 격정의 여름인 청년기를 얼마나 치열하게 경영해 왔으며 결실의 이 가을에 나는 어떤 열매를 생산하고 있고 어떻게 곱게 단풍을 물들이며 사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잘 정리된 공원의 가을을 보면서 내 삶은 얼마나 제 위치에서 기능하고 있으며 내 삶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 단풍이 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앞으로 평가되어질 내 노년의 겨울을 쓸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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