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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야 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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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치악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등산객이 별로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길가의 산딸기도 따먹고, 오랜만에 꾀꼬리 노랫소리도 들었는데, 가뭄 끝이라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한참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다 산 중턱 바위에 앉아서 쉬는데, 작은 나비 두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취빛 날개를 가진 보기 드문 나비였다.
두 마리 나비는 신기하게도 서로 꼬리를 물려는 듯 쉴새없이 돌고 돌았다.
돌고 도는 나비들을 보고 있자니, 내 눈알이 뱅뱅 돌고, 우주가 뱅뱅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곁에 있던 아내는 나비들이 짝짓기를 하려는 모양이라고 중얼거렸다. 나비들의 원무(圓舞)는 한참 시간이 흘러도 멈출 줄 몰랐다.
그 나비들의 춤사위를 바라보며 ‘영원한 지금’을 사는 것은 저런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순간 속에 영원을 끌어다 누리는 그 황홀한 춤! 그날 우리는 나비들의 그런 황홀한 춤을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몇 번인가 더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춤이 끝날 때를 기다려도 춤이 멎을 기미가 없어 그 멋진 나비들의 원무를 뒤에 두고 다시 산을 오르는데, 어린 남매를 앞세운 젊은 아낙이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린 남매는 아직 취학 전인 것 같았다.
아이의 엄마는 앞서 걷는 아이들에게 새와 나비, 숲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참 멋진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아이들을 숲으로 데리고 와서 땀을 흘리며 아이들을 ‘자연의 아이들’로 자라도록 하고 있으니! 아마도 지금쯤 저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에 가거나 영어, 미술, 음악, 속셈 따위의 학원에 가서 글자 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 애를 태울 텐데! 나는 매일 아침마다 어린 동네 꼬마들이 노란색 학원 버스를 타려고 우루루 몰려나와 길가에서 기다리는 걸 자주 보곤 했다.
나는 나비와 새와 꽃과 엄마와 함께 산행을 즐기고 신바람나게 내려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엄마의 온갖 욕심을 덧씌워 아이들을 ‘자기의 아이들’로 키우는 게 아니라 ‘자연의 아이들’로 키우는 그 엄마에게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정말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일까. 어떤 시인의 제안처럼 나무를 껴안고 나무와 대화하는 법, 새나 다람쥐 등의 동물과 얘기하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하리라. 알파벳이나 숫자 계산, 맞춤법보다는 첫 목련의 기쁨과 나비들의 이름들을 먼저 가르쳐야 하리라.
온갖 지식에 기대게 하기보다는 맨발로 흙을 딛고 서는 법, 세상의 어떤 책보다도 자연의 책에서 더 많이 배우게 해야 하리라. 이것이 우리의 아이들을 엄마의 아이가 아니라 자연의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자연의 아이들은 나비와 꽃과 새와 나무, 친구와 이웃과도 어울려 살 줄 안다. 무한 경쟁을 외치는 세상에 모두가 휘둘리고 살아가지만,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경쟁에 있지 않고 어울림에 있다. 경쟁으로만 내몰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어울려 살 줄 아는 아이라야, 더불어 사는
행복도 가꿀 수 있지 않겠는가.
■강원도 영월 출생
■「세계의 문학」 시인으로 데뷔
■시집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등
■명상에세이 「영혼을 살아 있게
하는 50가지 방법」
■김달진 문학상 수상
■현재 기독교문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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