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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연합 체육대회 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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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종합운동장에선 제3회 관내 고교 연합 체육대회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날 관내 13개 고등학교 모두는 모교의 전통과 명예를 걸고 각종 경기에서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을 뿐 아니라, 화려하고 다양한 응원을 통해 서로의 단합된 모습을 전 시민들에게 펼쳐 보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 행사의 취지는 1991년 우리 지역에서 교교 평준화가 전격적으로 해제됨으로써 다시 고개를 들게 된 학교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른바 성적으로 자리매김된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여 30만 원주 시민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그 깊은 ‘갈등’과 ‘상처’가 이런 행사로 해결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결과 원주 시민이 화합할 수만 있다면, 이런 행사를 한 해에 몇 번을 하면 어떻겠는가.
그러나 이 행사가 과연 그 ‘갈등’과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깨끗하게 씻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이 행사도 세 번째로 접어들다 보니 처음의 그 순수성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한 경기장에서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그렇고, 과열된 응원전도 그러하다.
각 학교 응원단들의 복장과 율동은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패기를 보여주기보다는 그야말로 TV 쇼프로처럼 자못 화려하기까지 하였다.
게다가 다른 학교의 응원을 방해해야겠다는 듯 앰프 볼륨을 최대로 올려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한 경우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외부 응원 전문인들을 초빙(?)해서 응원을 펼치는 웃지 못할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수준급 응원을 보여주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응원 연습에 쏟아 부어야만 했기에 수업 손실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장기자랑도 가수나 댄서를 배출하기 위한 가무 경연대회를 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3학년들까지 참석시키기 위해 올해는 9월에서 5월로 행사 일자를 앞당겼지만, 이번에도 중식시간 이후에는 인문계 고교 대부분이 3학년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여 공부를 하게 하였다.
결국 전교생이 끝까지 남아 있었던 학교는 인문계 몇몇 학교와 실업계 학교뿐이었다.
그렇다면 행사 일자를 앞당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 내년에는 3월이나 4월로 더 앞당길 것인가. 지역 청소년들의 순수한 우정과 그 우정을 통한 아름다운 화합, 그리고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을 위하겠다는 이 행사가 그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교 평준화로 돌아가야 한다.
지역사회 명문고 육성을 통한 영재 양성과 학력에 따른 학교 선택권 부여라는 두 가지 주장을 내세워 부활된 고교 입시제도의 결과, 그 두 가지 주장이 얼마나 허황한 것이었는지 분명해졌을 뿐 아니라, ‘전인교육 내지는 정상교육의 손실’, ‘내신성적의 불이익’ 등의 교육적 측면의 손실과 ‘고입 재수생의 등장’, ‘도시로의 인구 집중화 현상’ 등의 도시적 측면의 손실, 그리고 ‘사교육비 증가’와 ‘지역 주민간의 위화감 조성’ 등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만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달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한 교육 포럼에서, 10만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한 결과, 평준화 지역의 고교생 학업 성취도가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만 보더라도 고교 평준화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보다 분명한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근본적인 것을 바로잡고 옳게 세우겠다는 노력도 없이 화려한 행사로 치장하고 요란을 떤들 대체 무엇이 변하겠는가.
과열된 승부욕과 TV쇼프로나 모방한 듯한 응원전이 대체 학생들이 입은 그 많은 수업 손실을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라도 이웃과 더불어 다함께 행복하게 사는 21세기 민주시민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을 위해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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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시인·원주농업고등학교 교사)
■1956년 춘천 출생
■춘천고, 강원대 국어교육학과및
상지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2년 제5회 <시와 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시단 데뷔
■1998년 제1회 <열린 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시조단 데뷔
■<북원문학상>및 <치악예술상>수상
■<시와 시학>동인, <오늘의 시조학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 <사랑, 내 그리운 최후>
■저서:<한국 현대시 400선 - 이해와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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