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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부끄러운 인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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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가 턱없이 모자라게 내려 농민들을 감질나게 했으나, 그 적은 양의 힘으로도 대지는 온통 푸르름으로 신선하다.
긴 휴식에서 깨어나 자기네들의 순서에 따라 필 꽃은 피고, 질 꽃은 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뜨거워질 긴 여름날을 위해 준비들이 한참이다.
양지쪽 들풀에서 시작되어 산기슭의 혼잎나무로 옮겨지더니 이제는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로 번져 온 산이 푸르름 그 자체이다.
뜨락의 은행나무도 예외는 아니어서 잎이 오백원짜리 동전만 해지고 감나무도 뒤늦게 기지개를 켜는데 대추나무는 아직 그대로이다.
아마 이 놈은 여러날 밤의 소쩍새 우는소리를 더 들어야 잠을 깨려나보다.
요즘 들어 새삼스레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Spring 이란 단어가 의미롭게 다가온다.
어릴 때는 그저 Spring을 봄이라 하는가 보다 하고 단순하게 알았고, 학년을 더해가면서 ‘뛰기나 튀기 또는 도약’ ‘반동이나 탄력 또는 용수철’ ‘정력이나 활력’ ‘샘이나 수원 또는 원천’ ‘근원이나 근본 또는 기원’ 의 뜻도 있음을 배웠으나 이 봄에서야 Spring의 뜻이 왜 이렇게 다양한지 그 온전한 의미를 알 것 같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느끼는 것이야 바다의 동쪽이건 서쪽이건 사람이기에 대동소이할 것이고, 단지 언어구조나 언어체계가 다를 뿐이란 생각이 든다.
피면서 지고 지면서 피며, 노랗게 붉게 하얗게 기지개를 켜더니, 이쪽에서 시작되는가 싶더니 저쪽에서 시작되고, 그 사이에서 시작되는가 싶더니 또 그 사이에서 시작되고 이제는 온통 푸르름으로, 빠름도 없고 느림도 없으며, 이른 것도 없기에 늦은 것도 없을 뿐 아니라, 부지런함도 아니고 게으름은 더더욱 온당치 않은, 각양각색의 개체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매일매일 보고 또 보아도 새롭기만 한 이 계절을 우리는 그래서 봄이라 했나보다.
자연은 이렇게 제 분수를 알고 기다리며,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또한 닮으려고도 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색깔로 본분을 지키며 상생의 노래를 부르는데 인간사는 왜 이렇게 계절에 부끄럽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연일 쏟아지는 소식들은 암울하기만 한데 정치판은 어지럽고 지저분하기만하다.
언제부터인가 도덕이나 규범등은 내팽개쳐지고, 노골적이며 악의적으로 법을 적용시켜가거나 왜곡시켜가면서 속셈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더러운 속셈으로 상식을 뛰어넘으며 의원을 꿔주고도 뻔뻔스럽게 정국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대지를 않나, 국회본회의 표결순서를 가지고 창피한 줄 모르고 싸움질을 하지를 않나 참으로 한심한 집단들이다.
이런 상식이하의 집단들이 법을 손질하고 만드니 그 법의 존엄성은 어떻게 무엇으로 담보할 것이며, 치졸한 생각들로 젯밥에만 마음들이 가 있으니 내놓은 정책마다 시행착오의 연속일 수밖에….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 항생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의약분업이고, 막대한 공권력을 투입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이 고작 안전벨트 착용 단속이라면 이 정부는 분명히 국민을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이 이상이 아니다.
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데, 언제쯤이면 우리도 봄나들이를 할 수 있을까?
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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