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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도(牛人圖)
2001년 04월 02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지구는 하나다. 그렇다. 과연 지구가 하나라는 것을 실감나게 알려준 것은 ‘황사’였다.


개나리,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미처 벌어지기도 전, 한반도의 하늘을 뽀얗게 뒤덮은 황사는, 지구는 이제 경계가 없는 한 몸이라는 것을 웅변처럼 알려주었다.

봄이 옴을 알리는 건 이제 노란 꽃들이 아니라 황사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황사는 대단했다.

올해 황사 바람이 더 떠들썩했던 것은 구제역 때문이었다. 아직 황사가 끝난 것이 아니기에 더 두고봐야겠으나, 광우병과 구제역으로 죄 없는 짐승들이 무더기가 죽어 가는 모습을 신문을 통해서 보면서 매우 착잡했다. 재앙이 따로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크나큰 재앙이 아닌가.

이 재앙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다. 자연의 순리와 자연의 리듬을 무시한 인간의 탐욕이 가져온 재앙이란 말이다.

금화를 얻기에 미친 인간들 때문에 소떼가 미쳐가고, 인간 중심의 욕망의 고삐로 자연의 숨통을 조인 결과 이제는 그 고삐에 인간 자신마저 스스로 숨통을 조이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남도 땅을 여행하는 중에 어느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

마침 그 휴게소에서는 국보급의 고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물론 복사본이었다. 그 중에 단원 김홍도의 그림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우인도’(牛人圖)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 한가로운 강가에서 뿔 달린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농부 한사람이 등을 돌린 채 소꼴을 베고 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표구비에 불과할 정도로 값이 싸서 아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우인도’를 나는 서재 한쪽 벽에 붙여 놓고 가끔씩 들여다본다. 사실 이런 우인도 풍경은 내 어릴 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일부러 깊은 산골을 찾아가지 않으면 보기에 매우 드문 풍경이 되었다. 우인도에서는 소나 사람이나 똑같이 풍경의 일부이다. 소와 사람은 공존공생한다. 옛 사람들은 소를 한 식구처럼 여겼다.

그러나 이제 소는 값으로 매겨진다. 소는 금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삐에 매이고 우리에 갇힌 소는 인간의 탐욕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풀을 먹고살아야 하는 초식동물의 권리마저 빼앗겨 버렸다.
그러니 소가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간의 광기가 소에게 전염된 것이라고 말하면 과할까.


인간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인권’이란 것을 신성시한다. 이제 우리는 소의 권리도 생각해야 할 때다. 이런 권리를 ‘물권’(物權)이라 부른다던가. 인간이 ‘물권’을 존중하지 않는 한 ‘인권’도 보장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 황사의 봄에 똑똑히 보았다.

봄이 봄 같지 않다고들 한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황사로 잔뜩 흐린 하늘을 향한 불평이다.


하지만 나는 이 봄의 황사가 고맙다. 진정 봄다운 봄[春]을 맞으려면 올바로 봄[見]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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