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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사의 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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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교문을 나선다. 정적이 감도는 고요속에 어디선가 빗자루 쓸리는 소리가 싸르락 싸르락 들린다.
참 이상하기도 하구나.
어느 기사님이 눈을 치우는 것일까?
아니면 동네의 어느 집에서 눈을 치는 소리일까?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 채 소리나는 곳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
아주 젊은 선생님이 학생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가며 눈을 쓸고 있는게 아닌가!
학생들이 자율학습(자기주도적 학습)을 다 끝내고 돌아간 이 시간에 말이다.
‘先生님! 어쩐 일이세요?’라고 했더니, ‘숙직이라서 쓸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라는 말로 짧게 답할 뿐이었다.
나이 지긋한 분이라면 인생을 살아온 여유에서 다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바꾸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분이기 때문에 나는 더 큰 울림을 받았던 것 같다.
그 후 그 선생님은 매사에서 솔선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참교육 참 스승이란 무엇인가?
조그만 일이라도 진정 학생들을 위해 자기 시간과 자기 자신을 버리는 일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반문해 본다. 그리고 다소 부끄러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교단은 황폐화되어 있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교단을 이토록 황폐화시킨 장본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일언반구, 한 마디도 없고 황폐화의 공지에 놓인 교사들만이 가을 바람에 낙엽 뒹굴듯 이리저리 바람에 쓸리고 있다.
마치 도마위에 놓인 생선토막이 뭇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듯이 그렇게 알몸뚱이로 팽개쳐진 느낌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이렇게 건실하고 스승다운 스승이 있음에도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 교사가 언제 큰 욕심 부리고 돈을 요구한 적 있었던가?
더 큰 권력을 요구한 적 있었던가?
다만, 묵묵히 학교라는 조그만 울타리에서 그래도 이 땅에서는 제일 양심적으로 일해 오지 않았던가? 일해오면서 스스로 ‘교직’이라는 이름앞에 자긍심과 이 나라 장래를 짊어질 2세 교육에 헌신, 봉사한 죄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칫 정치인들은 시장경제 원리에만 적용시켜 학생은 수요자, 교사는 공급자라는 단어로 지식을 팔고 사는 장사꾼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이것이 그 빛나는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의 교육현장이다.
그래서 모 장관은 우리 교사들을 학원강사에 비교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당하고도 우리 교사들은 오늘도 묵묵히 학생들 곁에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교직에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40여 년이상을 봉직하고 퇴직을 한다 해도 겨우 2억여원 정도 손에 쥘까 말까하는 적은 액수이다.
요즈음 정치인들 재산공개가 나왔다.
단, 1년에도 수억씩 증산된 정치인이 많았다. ‘어떻게 늘어난 재산일까’를 아무리 내 머리로 계산해 봐도 가감승제가 안된다.
왜냐하면 교사이기 때문이다.
일평생 1~2억에도 못 미치는 교원 봉급에 대입하여 계산하는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올해는 눈도 억수같이 많이 왔다.
억수같이 쏟아붓는 교단과 교사에 대한 모멸적인 언동과 방책은 제발 좀 봄 눈처럼 쓸어가 버렸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평범한 교사들의 바람이다.
「인적자원부!」 말로만 좋은 미사여구를 만들어 놓는다 하여 인적자원(人的資源)이 저절로 쌓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 資源을 길러내는 사람들을 우선 사람답게 취급해 달라는 것이다.
서두에서 어느 교사처럼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한 밤중에 눈을 치우는 교사가 담임도 없고 시간 수도 적은 교사라면 성과급을 줄때 어느 등급에 놓아야 할까?
그러므로, 교직 단체에서의 성과급도 불필요하다는 말이다. 교사들 뒤에는 반드시 학생들이 있고, 학생들은 공장이나 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생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1987)
■춘천 시민상(1999)문화
예술부문수상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점하나로 남기고
싶다》,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
《난 자꾸 눈물이 난다》,
《슬픈 도시락》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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