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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나 포울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2001년 01월 22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벌레/벌레/밥을 먹는 벌레

내가 만약 이슬을 먹을 수 있었다면

나는 이 땅에 서지 않았으리

새가 되지 못한 것이

나비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 다른 그 무엇이 되지 못한 것이

이토록 안타까운 생이여

내가 만약 나무가 될 수 있었다면

바람이 될 수 있었다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하지 않았어도 좋으리

지구의 육 천 제곱을 돌고 돌아

나비가 애벌레로

애벌레가 다시 나비로

날 수 있다 해도

나는 어쩔 수 없는 한 마리 벌레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이 우주에 잠시 머무는

작은 하나의 벌레』

「이슬을 먹을 수 있었다면」전문



.......................................................................................................................................



이 시는 30대에 썼던 나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시인들은 흔히 자기 시에 대하여 졸시란 말을 잘 쓴다. 물론 겸손의 뜻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말을 쓰지 않겠다.)

30대에 그리고, 젊은 날에 나는 얼마나 방황하고 괴로워하였던가! 인생에 대하여, 삶의 의미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그러나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염세주의에 빠질 뻔한 찰나에서 나를 건져냈거나 아니면 자살 같은 것도 곧잘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이 시는 그런 생의 고뇌에서, 무의미에서 건져낸 산물이다.
오늘 아침 이 시를 굳이 인용하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또 무어란 말인가? 그 당시 나에게 적잖이 영향을 주었던 글이 아마도 트리나 포울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이란 글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아름다운 풀밭에서 한가로이 나뭇잎을 갉아 먹으며 살던 한 마리 줄무늬 애벌레가 어느 날 문득 “삶이란 이런 게 아닐텐데”라며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상황에 이른다.

나는 문득 내가 한 애벌레임을 자각했다.
그 애벌레가 다른 무리들의 애벌레와 섞여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저 어딘가의 꼭대기를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모습, 그것은 나의 모습이자 또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자각!

잠시 줄무늬 애벌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라가겠다는 외곬의 생각이 정말 도움이 되어서 상당히 많이 올라온 것 같은 감이 들었다” 그런데 줄무늬 애벌레는 자기 위에 있던 다른 애벌레가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저 놈들을 없애 버리지 않고는 아무도 더 높이 올라갈 수가 없겠는데…”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쿵-하는 진동과 함께 비명이 들린다.

줄무늬 애벌레는 전율을 느낀다. 좌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러나 이것이 올라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을 때 또 누군가가 소리쳤다.

“야, 이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구나!” 또 누군가의 속삭이는 소리도 들려왔다. “야, 저기를 봐라. 또 다른 기둥이 있네!”라는 술렁거림과 떨림…, 줄무늬 애벌레가 올라간 그 기둥은 단지 또 올라가야 할 수많은 기둥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흰 구름뿐이었다.
줄무늬 애벌레는 무언가를 깨닫고 예전에 풀밭에서 함께 살았던 노랑나비를 찾아 내려오고 있다. 내려와 그녀에게서 고치 속에 몸을 숨기는 법을 배우고 다시 나비로, 나비가 또 애벌레로 환생하는 꿈을…, ‘꽃들에게 희망을!’ 우리에게 희망은 무엇일까? 올라가는 일일까? 애벌레처럼 다시 내려와 집을 짓고 몸을 숨기는 일일까? 몸을 숨겼다가 다시 환생하는 일일까?

끝없는 의문과 물음, 그런데 단 한 번도 내려오는 진리는 모른 채 늘 올라가기만을 꿈꾸는 우리들! 다른 꽃들과 애벌레들은 모조리 죽이면서까지 늘 올라가기만을 꿈꾸는 이 땅의 사람들!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오늘도 이 땅의 많은 애벌레들은 나무 꼭대기까지 단 한 번도 올라가 볼 꿈도 꾸지 못한 채 자꾸자꾸 아래로- 아래로만 내려 꼬꾸라져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일어나는 이유는 또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시인 이 영 춘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1987)

■춘천 시민상(1999)문화
예술부문수상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점하나로 남기고
싶다》,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
《난 자꾸 눈물이 난다》,
《슬픈 도시락》

■수필집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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