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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인(點燈人)
2001년 01월 08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차 한잔의 사색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진정으로 성숙한 존재가 되려면 어른들도 그 속에 동심(童心)의 거울을 지녀야 한다.

대학생 때 읽은 이 책을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읽었다. 오래 전에 읽었을 때와는 색다른 감동이 가슴에 일었다.


어린 왕자가 일곱 개의 별을 순례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혼자 왕 노릇하는 임금님의 별, 허영쟁이의 별, 사는 게 창피해서 술을 먹는다는 술주정뱅이의 별, 별을 소유하는 일에 온통 마음을 쏟고 사는 상인등.

일곱 개의 별에 거주해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딴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생의 축도에 다름 아니다. 일곱 개의 별들에 사는 이들 가운데 어린왕자의 마음에 드는 이는, 하루에 1천440번이나 해가 지는 아주 작은 별에 사는 점등인(點燈人)이다.

하도 별이 작아 일분에 한번씩 가로등을 켜고 끄는 점등인,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뜻 있는 일’이라고 어린왕자는 고백한다.


“그가 가로등을 켜면 별이나 꽃을 하나 돋아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가로등을 끄면 꽃이나 별을 잠들게 한다. 이건 매우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우니까 정말로 이로운 일이다.”


천진한 동심의 거울에 비춰진 존재가운데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 않는유일한 이는 점등인 뿐이다. 왜?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를 돌보니까’그렇다고 어린왕자는 말한다. 점등인은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지 않는 무사(無私)의 존재다. 노자식으로 말하면, 사사로움을 버려 진정한 사사로움을 이룬[能成其私] 사람이랄까.


흔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막’에 비유된다. 굳어진 혈관처럼 관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촉촉한 물기가 메말라버린 사막. 그러나 생떽쥐베리는 그 예민한 촉수로 물기 없는 사막을 감지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따뜻한 긍정의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눈앞에 보이는 절망적 상황을 감싸안는 절대긍정이 인간의 새벽을 동트게 하는 지도 모른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어리숙해 보이는 점등인, 그는 사막 어디엔가 숨어 있는 ‘우물’이다.

그렇다. 사막과도 같은 우리의 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절망적 현실 가운데서도 인간의 새벽을 동트게 하는 그 ‘우물’은 어딘가에 숨어있다.


어린왕자가 덧붙인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거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한다.

입만 벙긋하면 더 나은 세상을 열겠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치자(治者)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버린지 오래다.


안과 바깥이 다른 위선을 밥먹듯 하면서 마루[宗]의 가르침을 펴는 무리에게서 우리는 슬픔을 느낄 뿐이다. 맘몬[Mamon]의 우상, 겉만 화려한 스타들에대한 추종, 건강한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교육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밝고 환한 새벽의 도래를 예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어딘가에 숨어 있는 점등인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어린왕자의 속삭임에 나는 자꾸 귀가 기울여진다.

그렇다.

동심의 귀와 눈을 가진 자만이, 눈에보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다른 누가 아닌 내 자신이 길 위의 가로등을 돌보는 점등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시인 고 진 하


■강원도 영월 출생


■「세계의 문학」 시인으로 데뷔


■시집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등


■명상에세이 「영혼을 살아 있게
하는 50가지 방법」


■김달진 문학상 수상


■현재 기독교문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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