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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시간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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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사색
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
및 운영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유익한 시간여행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가까운 이웃과도 자칫 소원해지기 쉬운까닭에 정기적으로 만나 담소를 나누며 함께 어울리는 작은 모임 하나에 중간부터 참석해오고 있다.
일전에는 이모임에서 일년에 한번씩 있다는 정기적인 가족동반 여행이 있었다.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떠나는 이른바 단체여행이었기에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모임을 이끄는 이들의 노력도 대단할 뿐더러 뒤늦게 참여한 신참회원으로서 회원및 가족들에게 인사도 할 겸 우리 세 식구도 참석하였다.
준비된 음식이며 목적지의 선정이나 여유있는 여행일정등 가족동반 여행을 염두에 둔 세심한 배려로 즐거운 여행이 되는가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소주와 안주접시가 비좁은 관광버스 통로를 두어번 왔다 갔다 하더니 앰프소리가 커지고 갑자기 버스는 달리는 노래방으로 변해 버렸다.
고막을 찢는 강한 비트와 과도한 에코로 버스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길래 여행 중의 객기나 취기로 노래 몇 곡 끝나면 조용해지려니 했다.
왜냐하면 일행의 구성원이 어린 젖먹이부터 내일이면 환갑이 되는 분까지 있을뿐더러 각양각색의 회원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세대차이나 취향의 다양함이 존중되리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잠자는 젖먹이의 귀를 휴지로 막아도, 어린 학생들이 신기한 듯이 쳐다보아도 어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통로가 북새통이다.
들뛰며 지르는 고함소리에 가까운 노래는 소음같은 반주와 함께 몰개성적이며 반이성적일뿐 아니라 여행의 일부분은 더욱 아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한정된 시간과 밀폐된 공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소수의 배려는 어디에도 없는 다수의 강요 그 자체이다.
이것이 이시대 관광버스 문화의 마력(?)이고 다수를 빙자한 폭력이다.
나는 여행을 즐긴다. 새로운 사물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일상의 습관적 관성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가질수 있어서 좋으며 새로운 생각들을 키울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여행은 즐겁다.
여행중에 스치는 타인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 자신의 일상을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흐르는 시냇물, 스치는 바람등 스스로 그렇게 어우러져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쁘게만 살면서 흔히 잊고 지내왔던 내 자신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한계등을 재조명하기도 하고, 깊은 산속 오래된 사찰, 고색 창연한 다리·축대·부도탑등 석조물들을 보고 옛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며, 오늘날보다 물질적, 기술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그 시절 그 분들의 미의식이나 조형의지를 보면서 내자신의 아둔함에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이 시대의 혼탁함에 아쉬워 하기도 하면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아무런 주변의 제약이 없어서 한없이 침잠이 가능하여 좋고, 마음 맞는 이들과의 여행은 가끔씩 느낌을 공유하거나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한 생각들의 검증이 입체적이어서 유익하다.
그래서 이런 여행은 일만큼 아니 일보다 몇 배 소중하다. 일은 보다 충실한 삶의양(量)에 관계되지만, 여행은 유한한 인간존재의 삶의 질과 가치에 관계되기 때문이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다느니,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했다느니 하며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처럼 야단법석을 떨면서 시작된 지난 일년, 우리가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곱씹으면서 이제는 조용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반추하면서 소박하지만 알차게 시간여행을 떠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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