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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을 씻어내는 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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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 순
(아동문학가)
■1938년 횡성군 안흥면 출생
■1957년 춘천사범학교 14회 졸업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
■1974년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수상
■1980년 제2회 현대아동문학상 수상
(동화:김소위와 노루)
■1983년 강소천 아동문학상 수상
■1991년 원주군 향토문화상 수상
■1995년 원주 문학 발간
■2000년 중앙초등학교 교장 퇴임
■현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고문
오염을 씻어내는 샘물
모든 생명은 물 속에서 태어난다.
한 알의 씨앗도 곰팡이도 물기 없이는 생겨나지 못한다.
인간도 어머니 자궁 속 양수라는 물 속에서 자라서 태어난다.
그래서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의 몸은 물이 70%를 차지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물을 먹지 않고는 살수가 없다.
신체적 모든 기능도 정상적인 물의 유통으로 마치 강물이 흐르는 대지와 같은 것이다. 이 지구 역시 지하로 인체의 혈관처럼 흐르는 지하수가 지표로 솟아 나는 것을 샘물이라 하고 사람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샘물을 마시며 살아왔다.
사막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물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한 방울의 피나 한 방울의 물이 다를 바 없다.
세계는 자원전쟁의 시대, 물 자원이 부족해져 마치 가뭄으로 마르는 강바닥에 고기 같은 모습이 올지도 모른다는 환경 학자들의 예언도 있다.
마시고 사는 물이 귀해지는 오염의 시대에 순수한 자연의 샘물은 마치 옛날 동화 속에 나오는 (젊어지는 샘물) 얘기처럼 노인들이 모여 오는 곳이 된다. 나도 매일 우산 샘물을 떠 나르고 있다.
봉의 김선달이 옛날에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얘기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금도 지하수를 관장하여 물을 팔아 먹는 장사가 잘되고 우리네는 800원 주고 식탁에 물을 올려놓는다.
한 달이면 6인 가족이 60병의 샘물을 사먹는다. 물 값이, 먹는 물 5만원, 생활 용수 수도료까지 합하면 물 값은 8 ~ 9만원이 든다.
샘물에 노인들이 모이는 이유도 알만하다.
앞으로 먹는 물은 켤코 공짜가 없다. 지하수도 오염 돼 간다하니 젊어지는 샘물 이라기보다 목숨을 부지하는 생명수가 된다.
새벽 네시 다섯시에도 샘터에는 물을 떠가는 사람들이 있다.
샘물을 더 나와 주는 일도 없고 아무리 바쁜 사람에게도,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늘 나오는 만큼만 나와 준다.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 승용차로, 오토바이로, 자전거로, 심지어 아기보행기까지 샘물을 나르는 대열 속에 운동 삼아 걸어서 배낭으로 나르는 샘터 길도 한가한 날이 없다.
무주인의 샘터, 누가와도 공정하게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을 제공해 주는 고마움을 감사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만약 이 샘물이 ‘젊어지는 샘물’이라면 샘터에 온 노인들은 모두 아기가 되어 병원 출산실 같은 풍경이겠지.
세속에 때 끼인 마음도 이 맑은 샘물이 씻어준다면, 요즈음의 맘보 검은 사람들에게 이 샘물을 먹이고 싶다.
오염을 씻어내는 샘터로 모두 모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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