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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조직의 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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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사색
시인 이영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공자가 하루는 제자 안회(顔回)에게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흉흉하게 흉년이 들었던 어느해, 어느날 안회는 스승님께 드릴 때거리(식사재료)가 없어서 고심고심하다가 겨우 쌀 한 줌을 구해서 죽을 쑤었습니다.
양을 늘리기 위해서 죽을 쑨 것입니다.
죽을 쑤는데 천장에서 거미줄이 하필이면 죽솥에 떨어졌습니다.
안회는 그 거미줄을 손으로 집어 걷어 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에 낟알이 하나 묻어났습니다.
그것을 버리자니 아깝고 도로 집어넣자니 불결하고 해서 안회는 그것을 자기 입속에 넣어 버렸습니다.
그 때 등뒤에서 우연히 제자의 그런 행동을 공자가 보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속으로 일편 괘씸하고 일편 참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로구나! 라고 한탄하면서 한회를 불러 앉혔습니다.
“안희야, 네가 아무리 배가 고프기로서니 어른이 먼저 수저도 대지 않은 음식에 네가 어찌 먼저 입을 댈 수 있느냐? 참으로 너를 믿었던 나는 크게 실망하였다”라며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안회는 “스승님! 죄송합니다만 그게 아닙니다”라며 위와 같은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스승님은 안회에게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너를 겉만 보고 속은 보지 못하였구나!”라는 이야기가 논어의 <안회편>에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학문에 깊지는 못하지만 논어의 이 이야기를 아주 감명 깊게 새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겉만 보고 말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칼 융이나 분트도 이미 학문적으로 연구하였지만 우리 인간이 겉으로 드러나는 면은 극히 작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왕왕 어느 사람의 일면만 보고 그 사람의 전부인 양 평가하는 것이 우리들의 속성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런 오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는 것은 경험한 분들은 잘 알것입니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스물 다섯살의 한 전경(戰警)이 동네의 조그만 가게에 담배를 사러 들어갔다가 나온 후 그 가게 집에서는 돈 5천원이 없어졌다는 소동이었습니다. 다녀간 사람은 오로지 그 전경 밖에 없으니 그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전경은 아무리 변명해도 그 집에서는 도둑으로 몰아 세웠습니다. 동네에서 창피함을 당한 청년은 자기의 결백을 죽음으로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청년이 죽은지 이틀만에 그 돈은 책상 서랍 후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물론, 공자의 얘기와는 좀 다른 각도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하면서 사는가 하는 의미에서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의미의 맥락으로 나는 조직에서, 혹은 개인적으로라도 일단 사람을 믿고 인격적으로 대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신조입니다.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나와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분들을 내가 못 믿는다면 그 조직이나 그 사회는 이미 불신이 싹터있다는 징조라고 봅니다.
그 한 예로 내가 처음 교직에 들어와 깜짝 놀란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상사는 마치 교사들이 자기가 부리는 하인인양 밥숟가락 놓으라고 소리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상사는 수업도중 순회를 한답시고 비열하게 살금살금 엿듣는 상사도 있었고 또 어떤 상사는 노크도 없이 문을 덜컥 열고 쑥 들어서는 그런 몰상식한 상사도 있었습니다.
그런 건 모두 “나는 너를 못 믿겠다”는 뜻을 스스로 내보이는 비굴함 같아서 몹시 불쾌하였던 시절을 경험했었습니다.
이 글을 보낸 어떤 분은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랬겠지!”라고 눈총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그 자체의 인격적, 인간적 결함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사라는 것은 권위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의 인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열린 사고’ ‘열린 사고’ 입으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열려야 하는 것인지? 오늘도 나는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면서 학교라는 울타리의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을 깊이 신뢰하며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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