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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훈(月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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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첩첩 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앞진 사잇길,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 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도록 창문은 목과(木瓜) 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집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 맡에 밭은 기침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 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 감 상
김 성 수(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장)
이 시는 월훈(달무리)이라는 제목으로 산골에 사는 노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애상적인 어조로 전개해 나간 시로써 표현력이 뛰어난 서정시라고도 할 수 있다. 옛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공간적 배경과 그를 둘러싼 환경이 노인의 외로움의 깊이를 더해준다.
허영자 시인의 말을 빌리면 박용태 시인만큼 눈물이 많은 시인은 없었다고 한다. 너무 감격해도 울고 아름다운 경치만 보아도 울고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울고 언제나 그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쓴 시이기에 독특한 체취와 더불어 그의 시들은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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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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