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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한 행정이 부른 참사, 화상경마장
2006년 03월 20일 (월) .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정책실장)

‘순수하게 회의시설로 생각하고 건축물 허가를 해주었고 준공검사도 승인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경마장이더라.’

단계동에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는데도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 몰랐다는 말을 믿는 시민은 없다. 원주시의 무능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미 2005년 4월부터 언론을 통해서 화상경마장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도 2005년 8월 준공검사를 내 준 것은 사행산업에 대한 안이한 문제의식과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이다.

준공검사를 미루어 놓고 늦게라도 원주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적 절차를 찬찬하게 따져보았다면 농림부의 승인을 막을 수 있었다. 농림부와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설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절차와 명분에 결정적인 단초를 원주시가 제공한 것이다.

얼마 전 원주시와 시민대책위가 다녀왔다는 순천은 시를 상대로 준공검사를 내주지 말 것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시 예산을 쓰면서 다녀 온 성과가 있어야 한다.

원주시의 거듭된 행정업무 미숙에 의한 과실로 이래저래 우리 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속담이 주는 교훈은 이후에 또 다른 피해를 막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행정당국이 외양간을 고친다고 나설 때는 적어도 어떻게 해서 소를 잃게 되었는지 전후 설명이 있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원주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적으로 모든 승인을 내 준 당사자임을 잊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아무런 사과도 없이 시민들과 반대운동을 하겠다고 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주 원주시가 발표한 ‘화상경마장과 관련한 시의 입장과 대응계획’ 에 의하면 시민단체에게 행정,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5.31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실책을 감추거나 시민들의 비판을 당장 면해 보자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솔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더구나 사행산업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반대운동에 나선 시민단체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제 잘못을 가리기 위한 얄팍한 술수이며 원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일명 라스베가스로 불리며 도시의 온갖 유흥시설과 사설, 성인오락실이 대규모로 밀집해 있는 단계택지에 화상경마장 용도로 사용되는 1천746평의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을 허가해 주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정인허가를 내 준 원주시의 귀책은 면할 길이 없다.

원주시 당국은 경마장을 할 수 있는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2004년 11월 25일 건축인허가를 내주었고 2005년 8월 26일 건물사용신청서인 준공검사를 완료해 주었다. 불과 9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행정허가를 내 준 전 과정에 대해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막대한 주민혈세를 낭비해서 ‘밑 빠진 독상’ 을 받은 원일프라자 사태는 시당국이 관계법령을 준수하고 시의회와 주민의견을 사전에 수렴했다면 주민피해는 물론 혈세를 낭비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었다. 화상경마장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도 순수한 용도의 회의장으로 알고 행정 처리를 해주었다고 강변하는 원주시의 태도는 30만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시 당국은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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