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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하택(上火下澤)에 대한 단상
2005년 12월 26일 (월) . .
교수신문이 신문에 칼럼 등을 기고하는 20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한해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상화하택’이 채택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불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듯 우리 사회가 올 한 해 동안 서로 갈라져 반목하고 다투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채택하여 발표하는데, 으레 이것이 발표되면 이곳저곳에 한 말 하는 사람들이 받아서 다시 자기 생각을 덧붙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모든 언론에서 이를 주제로 글이 한 편씩 올라와 있다.
교수들이라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어려운 사자성어를 골랐다는 볼멘 불만도 들려오고, 내년에는 화합으로 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내고, 분열을 조장하는 정부여당을 비꼬는 글도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하던 찰떡같았던 연구팀들이 분열되어 어디엔가 있을 진실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있고, 정치권은 또 사학법 개정을 두고 으르렁거리는 스산한 연말이라 ‘상화하택’이라는 말이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주역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 이 말과 올 한 해의 현실이 맞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역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 말이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화하택’이라는 의미에서 갈등과 분열의 괴로움보다는 다름의 정돈과 균형이 느껴진다.
위로 올라간 불과 아래로 내려간 물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을 점유하고 서로를 보완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상화하택’이라는 말을 올해의 갈등과 분열을 질타하는 의미라기보다는 다음 해의 바람을 나타내는 말로 보고 싶다.
사회에서는 ‘다름’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그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 지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 밝혀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풍부해 지고 발전한다. 불은 불의 자리를 찾고 물은 물의 자리를 찾아 서로를 대면하듯이 서로의 자리를 잘 찾아 다른 자리를 균형있게 바라보고 사고할 수 있기를, 내년에는 다름 속에서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내년에 교수신문에서 사자성어를 택할 때 굳이 옛날 글을 뒤적여 넉 자로 된 문구를 찾아낼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기발랄한 말을 새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도 싶다.

▷ 김지영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원주지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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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소비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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