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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 본고사
2005년 07월 25일 (월) .
김영하(원주YMCA 사무총장)

무더운 여름, 올 장마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습기 많은 후덥지근한 날씨가 무척이나 짜증스럽고 불쾌지수 또한 높아 시원한 강바람과 상큼한 산바람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이 짜증스럽고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또한 내일의 희망을 설계하고자 우리의 청소년들은 방학을 기다려왔고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방학인 것은 사실인데 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방학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또 방학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이미 그 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공부하는 것 또한 노동이라고 한다면 고등학생들은 3년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 셈입니다.

이 더위 속에서 좁은 교실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됐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대견스럽다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이러한 때에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발언이 더욱 더 우리를 짜증스럽고 답답하게 만들고 있고, 책과 씨름하는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서울대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며 2008년도 서울대 입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은 서울대 입시안 철회를 요구하였고 이에 교육부는 학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불허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서울대 정 총장은 대학 자율권을 운운하며 입시안 고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통합형 논술고사는 보되 본고사는 아니다’라는 말이 도대체 뭔지 헷갈린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말처럼 저로서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저의를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좋은 원자재가 있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교육의 목적은 가르치는데 있지만 한편으로는 솎아내는 데도 있다”,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를 재고해봐야 한다” 등의 정 총장의 제주도 발언이 과연 최고 지성이라 일컫는 서울대 총장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가 좋은 학생(좋은 원자재)들을 독식해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러한 인재들을 독식한 대학이 지금까지는 무엇을 해왔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교육이란 학생들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꿈과 희망에 대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가능성과 희망을 배제하고 현행 제도의 시험만으로 아이들을 솎아내려는 발상 자체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또 기성세대는 그 가능성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고교평준화 문제 역시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하였지만, 대학의 국제경쟁력 저하의 원인을 고교평준화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서울대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한다면 인재를 싹쓸이하려는 이기주의적 발상을 자제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아무튼 대학(서울대)과 교육부는 소모적 논쟁을 빨리 매듭지어 이 땅의 청소년들이 자기 적성과 희망하는 직업을 고려한 대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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