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칠송(七松)마을 얼음처럼 혼자 계시는 어머니 뒤란 덩치 큰 밤나무 마당가 소나무와 커다란 바위덩이 바람과 햇볕 그리고 적막

길고양이 울음마저 잦아든 깊은 밤에 산타의 선물 같은 함박눈 너울너울 온 세상 아득하도록 하염없이 내리고

같은 직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근무하던 띠 동갑 형님이 소천 하셨는데 살아생전 문병 근처에도 못 갔다 산다는 게 뭐 그리 바쁜지 같이 근무하던 시절

화두를 던져놓고 금 밖으로 사라진 그를 기다려요. 부스스한 회색그림자 있지만 없다고 밀쳐내요. 신발이 튕겨진 금 밖으

무녀의 신복 따라 덩실 추는 소맷자락 천만 개 방울 되어 일제히 울려댄다 짚줄에 고여 매어진 천조각의 춤사위　

시커먼 바다는 갯바위를 철썩 후려치며 넘는다 따개비가 기어오르고 홍합도 바위에 달라붙는다 숭숭 구멍 난 속으로 들고나며 파리 떼

그날도 그랬으리 마흔 해 늦가을은 책롱사건 신유사옥 유배 길 떠나갈 때 열수(列水*)는 속울음 울며 뒤척였지 오랜 밤

바람결 따라 하늘에 떠다니는 나그네 벗이라고는 오직 바람뿐 내 영혼도 그래

대들보에 가뭇가뭇 붙어버린 할머니의 옛이야기 버릇없이 자란 고명딸 시어머니 말끝마다 대답질이더라시아버지, 보다 못해

비바람에 날아와차창에 붙은 붉은 꽃잎 세상을 힐끔슬그머니 차창에서 두 뺨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만큼 부딪힐 것 없이 울려 나오는 린 아가의 웃음처럼마음을 잡아끄는 매 걸린 어머니의 음

이 몸은 알고 보니 평생 꼬리친 날이 많았다

숲길을 밝히는 가로등 부엉이 눈알을 하고 달려들듯 질주하는 자동차요동을 치며 앞산 뒷산 뒤지는

이 가을에도 갈대꽃 자욱한 포진리 강둑에 앉아 마른 풀잎 한 줌 뜯어 바람에 날리는 게 나의 일 눈부시게 날 세운 낫 한 자루 허리춤에 간직하고컴컴한 강물 속으로 철벅철벅 걸어 들어가

참 웃긴 거 알아 해바라기 곁에 서성이는 바람 말이야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있고 바람은 해바라기 주변을 서성이고

고향 뜰 장독 옆에 엄마가 심어 놓은 봉숭아 맨드라미 해마다 반기는데 그리운 우리 엄마는 꽃 속에 숨었나봐.

지난 밤 내린 비가 산천을 맑게 씻어 싱싱한 새아침을 가지마다 매달았네. 파아란 휘파람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난 사각사각 소리 나는 조릿대쯤 되는 줄 알았다 이 세상에 발 디딜 때 숙명처럼 그렇게 살아가라고 한 줄 알았다

코 맞춰 칸칸마다 정답게 앉았는데 짝 잃은 내 신발 한 짝 고개 빼 안절부절 화가 난 엄마 얼굴이 가슴에 콩콩 뛴다

　한 움큼의 그리움으로 당신을 기다리다　기다림은 그냥 지나가고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고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