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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우는 즐거움
 작성자 : 산골어부  2015-05-13 17:00:43   조회: 292   
키우는 즐거움



교회 마당 그네 옆에 앵두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어떤 집사님 댁 마당에서 제가 옮겨 심은 것인데 벌써 12년 정도 되었고 그때 이미 6~7년 쯤 된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제는 나이가 20년 가까이 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봄이 되면 하얀 앵두꽃이 만발하고 이어 빨간 앵두들이 수천 개 열리는- 자신의 소임에 충성을 다하는 나무입니다. 주일이면 아이들이 그네를 타며 깔깔 거리다가 앵두를 따서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지요.



한 주 전 즈음에 문든 앵두나무 아래 작은 싹 잎들이 여러 개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앵두나무 싹’들입니다. 지난 여름 무렵에 아이들이 따먹으면서 그 자리에 퉤-퉤-하고 뱉어버린 씨들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것이 틀림없습니다. 허허 하고 그 여리고 예쁜 모습들을 바라보자니 걱정이 앞섭니다. 거기에는 늘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쯧-쯧- 그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마음에 호미와 바가지를 가지고 가서 한 20개 쯤 되는 것을 일일이 캐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화단 꽃을 사서 심으면서 생겨진 작은 모종화분들이 있어서 거기에 흙을 담아 한 개씩 정성스레 옮겨 심어서 화단 옆 양지 바른 곳에 쪼르르 두었습니다. “조금 자라면 적당한 곳에 옮겨 심어 주마.”



“목사님, 저것들은 뭐예요?”



“아- 그거 앵두나무 싹들이지요.”



“세상에- 저게 언제 자라게요-”



주일 오후에 그 모종화분들을 발견한 집사님이 물으시고는 쯧쯧 하시는 표정입니다. 저렇게 5~6센티 밖에 안 되는 어린 싹들이 언제 자라나서 앵두나무가 되고 꽃을 보고 앵두를 따먹겠느냐는 말씀입니다. 허허 그건 그렇지요. 아무리 빨리 자라도 몇 년은 족히 걸리겠지요. 당장에라도 시내 농원에 가면 1m 가 훌쩍 넘는 앵두나무 묘목을 몇 천원이면 살 수 있고 내년부터는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리는데- 그 편이 훨씬 수월하지 않겠느냐 하는 뉘앙스가 말씀 중에 진하게 풍겨집니다.



“하지만 키우는 재미가 있고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 즐겁잖아요.”



저는 허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집사님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기는 하지만 그 어린 싹들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마음에 즐거움이 가득하여 집니다. 몇 년이 걸리면 어때요. 거기서 무슨 수입을 얻자는 것도 아닌데 늘 바라봐서 즐겁고, 자라나는 모습도 신기하고, 그러다가 꽃이 피면 좋고 또 열매가 맺혀지면 따 먹기도 하니 더욱 좋고...



방울토마토, 풋고추, 상추 등을 아홉 평 ‘웰빙밭’에 몇 개씩 심을 때도 “그냥 슈퍼에서 사 먹는 게 싸고 수월해요.”하는 사람도 있고, 어제는 이팝나무 묘목을 시내 농원에서 두 그루 사다가 심었는데 좀 더 자란 나무 보다는 어린 나무를 가리키는 나에게 농원총각은 “아유- 그렇게 가는 걸 가져다가 언제 꽃을 봐요.”손사래를 치면서 제법 굵게 자란 나무들을 권하였습니다.



물론, 다들 틀린 말은 전혀 아니지만, 거기에는 ‘가꾸는 수고와 기다리는 시간’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오직 수고와 시간을 건너뛰면서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수월함에만 가치를 두려하는 심중의 조급함과 육신의 편안함을 우선하는 마음들이 보여 집니다. 혹 그것이 생계의 수단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하겠습니다만, 작은 텃밭에 고추, 상추를 몇 포기씩 심는 것과 마당에 이팝나무 묘목 두 그루를 심어서 그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보려는 ‘작은 행복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입니다.



한 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온갖 채소와 과일들이 있어서 언제라도 돈만 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시대... 빨리- 쉽게- 많이- 그래서 풍성하고 넉넉한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크게 나무랄 것도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서 일어나고 생겨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결코 간과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자연(自然)스러움이 날마다 파괴되고 배척되는 것의 연속으로는 인류의 좋은 장래는 보장되지도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일의 보장’ 보다는 ‘당장의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확인하고 안도하는 작금의 사람들의 모습들 속에서는 희망찬 내일, 밝은 미래는 그저 한 낱 치장으로서의 구호에 그치는 것 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이를 낳으면 다 자라기 까지 키워야 한다’는 부동의 원리가 침범당하지 않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키울 필요가 없는 완성된 아이’가 나오게 되는 세상은 그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물론 식물과 아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지만 식물에게서든 아이에게서든 그 주인 되고 부모 된 이들에게 ‘키우는 즐거움’이 없다면- 그래서 오직 하기 싫은 수고와 고역으로서의 고통이 장시간 이어지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 즐거움이란 모두 없어지고 오직 요행과 술수로서 손쉽게 손에 쥐어지는 결과의 도락만이 있게 될 것입니다.



땀을 원치 않고 기다림을 못 견뎌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공허(空虛)와 수치(羞恥) 밖에는 없습니다. 결과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행복이전에 ‘기다리는 행복’을 먼저 누릴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결과’는 잠깐이지만 ‘기다림’은 모든 이들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날마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아무 것도 기다릴 것이 없는 사람은 곧 ‘절망’이며 ‘무가치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앵두나무 어린 싹 잎을 가지고 너무 나간 것 같지만,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모양과 삶은 그렇듯 ‘어린 싹’의 모양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그저 밟혀 없어질 어린 앵두 싹들을 거두어서 모종화분에 옮겨 심는 모양은- 전혀 가치가 없는 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5-13
2015-05-13 17: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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