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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비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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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산골어부 |
2015-01-07 17:55:23 조회: 1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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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비담배
“개비담배가 뭐예요? 새로 나온 담배에요...?”
담뱃값이 80% 이상 대폭 인상되자 ‘개비담배’가 시중에 다시 등장하였다는 TV보도를 보면서 아이들이 묻는 말입니다. ‘개비담배’라... 물론, 한 개비, 두 개비, 낱개로 파는 담배입니다. 많이 오른 담뱃값으로 인하여서 부담이 되는 이들이 주로 찾는 다고 합니다.
화면에 보니 담배를 두 세 개비 사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한 45 년 전 즈음의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그때 철없이 우쭐대며 몰려다니던 저와 친구들은 어른 들 눈을 피해 가며 한적한 뒷골목 등에서 길가 쪽으로는 ‘망보는 친구’를 하나 세워 놓고 오그르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보곤 했습니다. 순전히 호기심에서 비롯되었고 또 어지럽기도 하였지만, 그것도 자존심인지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어른들 피우는 흉내를 내곤 하였지요. 흥- 하고 콧김으로만 뿜어도 보고 허공에 도우넛도 열심히 만들어 보고...
그때 애용(?) 하던 것이 바로 ‘개비 담배’였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개비 담배’라고 하지 않고 ‘까치 담배’라고 했습니다. ‘한 가치 두 가치’하고 세어 보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을 된 발음으로 하여 ‘까치 담배’라고 했던 것이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미성년자에게는 담배 판매가 금지 되어 있었기에 정식으로 간판을 건 담배 가게에 가서는 감히 담배를 사지 못하고 당시에 도로변에 흔했던 리어카 좌판에서 구입을 하곤 하였습니다. 10원에 두 개 세 개 하였던 것으로 생각이 나는데 지금은 한 개비에 300원 정도 한다고 하니--
어떤 때는 의기투함 된 우리 서너 명이 그렇게 사 모은 담배를 가지고 왕십리에서 세검정 가는 버스를 타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려서 간 세검정은 북한산 기슭이었고 그 곳 한 적하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킥킥 거리며 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불량학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올 때면 얄팍한 주머니를 먼지 나도록 털어서 추렴을 하여 60원 짜리 짜장면을 한 그릇씩 사먹었는데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입에서 나는 ‘담배냄새’를 없애기 위하여서였습니다. 그렇게 해도 어쩐지 불안했던 우리들은 껌을 씹으면 된다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면 냄새가 없어진다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들 까지 동원해 가며 담배냄새 지우기에 애를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뭔 짓들이었는지... 허허.
세검정(洗劍亭)은 원래 종로구 신영동 북한산 기슭에 있는 정자를 가리키는 말인데,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 전에 거사 동지인 이귀(李貴) 김류(金瑬) 등이 광해군 폐위 문제를 의논하고 칼을 씻은 자리라고 해서 그 자리에 정자를 세우고 세검정(洗劍亭)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우리가 개비담배를 들고 그 산 기슭을 쏘다닐 때에는 ‘세검동’이라고도 했지요. 국가의 안위를 놓고 벌어 졌던 선조들의 목숨을 건 사적지(史跡地) 근처에서 불경(不敬)스럽게도 그 후손 된 꼬맹이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워대고 산불까지 낼 뻔한 적이 있었으니- 반세기가 지나버린 지금에 와서는 누군가에게 향하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머리를 조아려 사죄의 말을 하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세월이 지나다 보니 그러한 것도 ‘추억’이 되어 이제는 언젠가 한 번쯤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세검정’ 북한산 기슭이 되었습니다. 개비담배 아닌 ‘까치담배’를 나누어 피워대며 어지러움도 억지로 참으면서 시시덕거리던 그때의 친구들 중 이제는 소식조차 끊어져 버린 아무개 그무개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다들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을까... 아니겠지,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설마 ‘개비담배’를 사서 피우는 형편들이 되지는 않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그 동안에도 가끔씩 눈에 띄기는 하였지만, 이렇듯 방송들이 앞 다투어 ‘개비담배’의 본격부활을 알리고 있는 것을 보니 담뱃값 대폭인상이 우리 사회 특히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에게 주는 부담과 충격은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인터넷 댓글 중에 “담배를 유일한 낙이자 위로이며 소일거리로 삼았던 가난하고 힘든 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폭거이고...”라는 글귀도 있는 것을 보면서는 쯧- 하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영국의 처칠은 평생 동안 여송연을 물고 다녔어도 장수를 하였는데-”하는 담뱃값 인상 극구 반대이기보다는 불편한 심기로의 자기 투정 소리에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개비담배... 후- 하는 긴 한숨으로 지난 반세기를 새삼 뒤돌아보게 하는 아련한 이름입니다.
산골어부 2015-1-7 |
2015-01-07 17:55:23
121.xxx.xxx.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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