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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언자 할머니라니...
 작성자 : 산골어부  2014-06-02 11:42:28   조회: 2913   
예언자 할머니라니...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야, 참 알이 굵기도 하다.
아버지 주먹만이나 하구나.

올 같은 가뭄에
어쩌면 이런 감자가 됐을까?

할머니는 무슨 재주일까?

화롯불에 감자를 구우면
할머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 저녁 할머니는 무엇을 하고 계실까?

머리털이 허이언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보내 주신 감자는
구워도 먹고 쪄도 먹고

간장에 조려
두고두고 밥반찬으로 하기로 했다.

저 어릴 적- 아마도 중학생 즈음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감자’라는 장만영님의 시(詩)입니다. 이 시를 읽어주시던 국어선생님의 모습이 그리워지는군요.

어릴 적, 친구들과는 달리 할머니가 없었던 저의 ‘할머니 동경’의 일단이라고나 할까요? 또는 재미있고도 사실적인 표현 때문이었을까요? 당시에 어쩐지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래서 환갑이 된 지금까지도 시(詩) 전문(全文)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고 있고 또 가끔씩은 - 특히 이 곳 산골 마을에서 감자를 캐는 모습들을 보거나 저희 9평 작은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환성을 지르며 고구마를 수확할 때마다 떠올리며 중얼거려보는 추억의 시입니다.

머리털이 허이언 우리 할머니...

이 시를 처음 읽을 때 저는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머리털이 허이언- 할머니 아닌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으니- 참, 허허 하고 웃고 말지요.

갑자기 이 시(詩)가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TV에서 전해주는 사건 사고 뉴스 때문입니다. 기도원을 차려 놓고 예언자 행세를 하면서 사기극을 연출한 72세의 할머니가 쇠고랑을 찼다는 소식입니다.

기도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기 백태의 모습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무슨 노랫말처럼 ‘한 동안 뜸-’ 하여 어쩐 일인가 하였는데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음’을 알려주네요.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얕은 수법으로 신통방통의 예언자 할머니가 되어 길흉화복을 빙자하여 기도원을 찾는 신도들에게 ‘뜯어낸 돈’이 100억 정도가 된다고 하니, 참 간도 크고 배포도 큰 할머니가 분명한데- 허허 참.

사건이 이 정도 쯤 되고 보니 막상 그 할머니 예언자 보다는 그렇듯 돈을 갖다 바친 ‘신도’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사람들인지 참 궁금합니다. 약 30여명 정도의 피해 신도들이 100억원을 가져다 바쳤다고 하니- 참 돈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100억이라면 나 같은 사람의 수입으로는, 먹는 것 입는 것 다 중지를 시키면서 몸부림을 친다고 하여도 아마 천 년쯤은 족히 걸릴 막대한 액수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로 행세하며 100억을 벌어들인 할머니’라 -

그냥 씁쓸히 웃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는 저의 속내일까요? 왜 하필이면 이렇듯 좋은 시가 안 좋은 사건 소식을 계기로 떠오르는 것인지... ‘감자’와 같은 좋은 시(詩)를 이렇듯 안 좋은 사건에 빗구르는 것으로 인용하는 것은 시인의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장만영 시인님 미안합니다) 숨길 수 없는 안쓰러움을 혀를 차며 말하자면 - 시 중반에 할머니는 무슨 재주일까? 하는 대목에서 그 예언자 할머니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냥 집안 텃밭에서 감자를 굵고 실하게 만들어내는 할머니에 머물러 계셨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감자 아닌 쩐(錢)을 실하게 모으는 것으로 만년에 쇠고랑을 차게 되었으니 쯧- 하는 마음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쨌거나 이렇듯 회복 할 줄 모르는 총체적 불경기 국면이 계속 이어지는 속에서 100억을 끌어 모은 할머니- 참 ‘재주가 좋은- 할머니’ 인 것만큼은 분명하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 미신도 많고 허점도 많고 빈틈과 약점도 많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또다시 이러한 엉뚱하여 사회에 폐해를 주는 ‘재주 좋은 예언자’의 등장을 알리는 소식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면에- 이렇듯 구수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마음 훈훈한 참 좋은 시(詩) ‘감자’를 세인의 마음속에 좋은 양식으로 남겨주신 ‘장만영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산골어부 2014-4-3
2014-06-02 11:42:28
121.xxx.xx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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